병법 - 삼십육계

성동격서(聲東擊西) - 36계의 1부 6계

고사성어 이야기꾼 2025. 1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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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격서(聲東擊西)는 글자 그대로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한 방향을 크게 떠들썩하게 만들어 놓고 실제 공격은 다른 곳에 가하는 전략입니다. 상대의 시선과 정보, 병력을 한 곳으로 끌어모아 놓은 뒤, 비어 버린 다른 지점을 찌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성동격서는 힘으로 이기기보다 인식과 판단을 속여 허점을 만드는, 정보전·심리전에 가까운 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움직임은 ‘가짜’고, 조용한 쪽이 ‘진짜’라는 점에서, 전투의 무게 중심을 눈앞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발상입니다.

한자급수 4급
西
소리 성 동쪽 동 칠 격 서쪽 서

조금 더 말하면, 성동격서는 전선을 넓게 벌려 적을 분산시키거나,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집중하게 만든 다음 반대쪽을 치는 방식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직접 정면 승부를 하기보다,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그 결과로 생긴 틈을 치는, 간접적이면서도 공세적인 전략입니다.

성동격서의 대표적인 고전 사례로는 전국시대 조나라 장군 조괄(趙括)이 펼친 업(鄴) 전투 기만 작전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조나라는 한·위 연합군에게 압박받고 있었고, 조괄은 정면전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동쪽에서 대군이 진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큰 ‘소리’를 내고, 실제 공격은 서쪽의 작은 길로 우회해 감행하는 성동격서의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조괄은 먼저 정면에서 성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련의 움직임들을 의도적으로 꾸몄습니다. 

수비 진지를 일부러 크게 이동시키고, 병사들에게 소란을 내도록 하며, 식량과 무기를 대량으로 옮기는 등 ‘정면 공성 준비’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습니다. 이런 위장 행동은 연합군의 시선을 완전히 동쪽으로 끌어당겼고, 그들은 조나라의 총공격이 곧 정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며 병력 대부분을 그쪽에 집중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연막 작전이었습니다. 조괄의 실제 주력군은 감시가 느슨한 서쪽의 작은 길을 조용히 이동해 연합군의 배후를 노렸습니다. 

연합군은 동쪽에서 긴장하며 대치하고 있던 중에 서쪽에서 들이닥친 본격적인 기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를 찔린 연합군은 급격히 무너졌고, 조괄은 최소한의 소모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성동격서와 비슷한 상황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신사업을 준비할 때 겉으로는 A 부문에 투자와 홍보를 집중해 경쟁사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그쪽에 묶어 둡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심이 덜한 B 영역에서 핵심 기술 개발이나 인수·합병을 조용히 진행해 경쟁이 느슨해진 틈을 활용합니다. 결국 경쟁사가 A만 바라보는 사이, 기업은 B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며 판도를 뒤집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협상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사용되는데, 겉으로는 눈에 잘 띄는 조건을 크게 밀어붙여 상대의 관심을 그쪽에 집중시키고 정작 얻고 싶은 조항은 상대가 부담 없이 넘길 수 있을 만큼 작고 조용하게 배치합니다. 결국 상대는 표면적인 논쟁이 협상의 전부라 생각하지만, 실제 승부는 조용히 합의된 작은 조건 속에 숨어 있게 됩니다.

결국 성동격서(聲東擊西)는 힘으로 누르기 전에 먼저 시선과 관심을 조종해, 적이 스스로 틈을 만들게 하는 전략입니다. 한 곳에서 크게 소리를 내며 상대를 끌어당기고, 진짜 승부는 그 반대편의 고요한 지점에서 준비하는 지혜가 바로 이 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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