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뜻과 유래

고사성어 이야기꾼 2024. 12. 24. 09:00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이 같은 배를 탄다"는 의미입니다. 서로 적대 관계에 있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공통의 목적을 위해 잠시 협력하거나 힘을 합치게 되는 상황을 비유하는 사자성어입니다.

이 고사성어는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篇)에 등장하는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吳 : 나라이름 오

越 : 넘을 월

同 : 같을 동

舟 : 배 주

 

한자급수2급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는 서로 원수지간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두 나라 사람들은 얼굴만 마주쳐도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볼 정도로 적대적이었습니다.

어느 날,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우연히 같은 나루터에서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선 단 하나뿐인 배에 올라타야 했고, 서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배에 앉았습니다. 

오나라 사람은 배의 앞쪽에, 월나라 사람은 배의 뒤쪽에 앉아 서로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를 썼습니다. 배는 느긋하게 강물 위를 흘러갔고, 긴장이 감돌았지만 어찌어찌 강 한가운데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배는 크게 흔들렸고, 사공은 배가 뒤집힐 것 같다며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습니다.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배 안에서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가는 배가 뒤집혀 둘 다 강물에 빠져 목숨을 잃을 것이 자명해 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위태로운 상황을 직감하고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나라 사람은 돛대를 붙잡고 바람의 방향을 조정하려 애썼으며, 월나라 사람은 쏠린 물을 퍼냈습니다.

배가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힘겹게 균형을 맞췄습니다. 파도가 배를 덮칠 때마다 서로의 움직임을 눈치껏 조율하며 생존을 위해 애를 썼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결국 배는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다시 맑아지고, 강물도 잔잔해졌습니다. 온몸이 젖고 기진맥진한 두 사람은 배 한가운데에 주저앉았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묘한 동지애가 느껴졌습니다. 생사의 기로에서 힘을 합쳤던 순간이 남긴 묘한 감정이었습니다.

나루터에 도착한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비록 언젠가 다시 적이 될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함께 위험을 이겨낸 사이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이름으로 전해 내려오며, 적대적 관계에 있더라도 필요할 때는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남았습니다. 역경 속에서는 적대감을 넘어서 서로를 돕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지금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